오리너구리(Platypus) - 이질성 속에서 태어난 자아의 노래
오리너구리는 서로 다른 세상의 조각으로 태어나다.
물과 땅, 새와 짐승의 경계에서 그는 스스로의 노래를 만든다.
이질성 속에 깃든 존재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담았다.
1. 서론 —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는 지점
세상은 그를 보고 잠시 멈춘다.
부리와 털, 발과 꼬리, 그리고 어딘가 어색한 몸짓.
오리너구리는 그 자체로 모순의 조합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그를 처음 발견했을 때 믿지 않았다.
새의 부리를 가진 포유류라니,
이것은 농담 같은 생명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는 존재한다.
물속에서도, 땅 위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호흡으로 살아간다.
그는 어울리지 않는 조각들로 완성된 한 편의 시다.
그 시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흐르며, 존재의 이유를 몸으로 읊는다.
2. 이질성의 시작 — 세상과 어긋난 몸
오리너구리의 몸은 모든 경계를 넘나든다.
그의 부리는 새의 것이지만,
그의 털은 포유류의 따뜻함을 품고 있다.
그의 발은 물갈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의 둥지는 흙 속의 어둠에 있다.
그의 존재는 늘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 어긋남이 그를 완성시킨다.
그는 완벽하지 않기에 더 완전하다.
그의 몸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생명의 증거다.
그의 부리는 물 위의 진실을 느끼고,
그의 발은 땅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는 두 세계를 오가며
하나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3. 강물의 노래 — 물속에서 들리는 마음의 소리
강가에 앉으면, 오리너구리는 물결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소리를 듣지 않고, 진동을 느낀다.
파동은 그에게 말이 되고,
물결은 감정이 된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세상의 리듬을 읽는다.
물속의 소음이 줄어들면, 그는 움직임을 멈춘다.
그 침묵 속에서 그는 고요를 배운다.
그에게 고요는 무언의 음악이고,
그 음악은 언제나 자신을 향한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세상과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
그의 귀는 바람보다 예민하고,
그의 마음은 강물보다 깊다.
4. 낮과 밤 사이의 생명
그는 해가 지면 움직이고,
해가 뜨면 숨는다.
세상은 밝을 때 살아 있지만,
그는 어둠 속에서 생명을 드러낸다.
그의 눈빛에는 어둠의 반짝임이 있고,
그의 움직임에는 새벽의 리듬이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산다.
그의 하루는 사람들의 하루와 어긋나 있고,
그의 세상은 조용한 틈새에 존재한다.
그 틈새 속에서 그는 자유롭다.
그는 누구의 규칙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흐름에 따라 존재한다.
그는 시간의 경계에서,
하나의 고요한 생명으로 머문다.
5. 물과 흙의 대화 — 혼합의 아름다움
비가 내리면 강은 불어난다.
그때 오리너구리는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의 몸에는 물의 냉기와 흙의 온기가 동시에 스민다.
그의 부리는 냄새를 읽고,
그의 발은 촉감으로 길을 찾는다.
그는 냄새로 세상을 기억하고,
촉감으로 공간을 이해한다.
그의 감각은 혼합된 세상의 언어다.
그는 순수함보다는 혼합의 진실을 보여준다.
그는 흐림 속에서 선명함을 찾고,
혼돈 속에서 질서를 배운다.
그는 세상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다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안다.
6. 새의 부리를 가진 포유류의 고백
만약 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로 완전하다.”
그의 몸은 부정과 수용이 동시에 깃든 형체다.
그는 세상의 틀 안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존재함으로써 답을 남긴다.
그의 삶은 어떤 기준에도 맞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다.
그는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세상의 경계 위를 걸어간다.
그의 부리는 새의 기억을 품고,
그의 몸은 짐승의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그는 그 모순 속에서 완전하다.
7. 결말 — 이질성은 생명의 노래다
오리너구리는 조용히 강으로 들어간다.
그의 몸은 물결 속에 녹아들고,
그의 흔적은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한 줄기 부드러운 물결이 남는다.
그 물결은 서로 다른 세계가 부딪히며 만든 노래다.
그는 이질성의 상징이지만,
그의 존재는 조화의 증거다.
물과 흙, 새와 짐승, 어둠과 빛.
그 모든 것의 경계 위에서 그는 노래한다.
“나는 나의 조합으로 완전하다.”
그의 노래는 소리가 아니라 존재다.
그는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형태로 태어났지만,
그는 세상을 가장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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